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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전체를 <사자성경>으로 만든 성결대 정종기 교수 2018-08-24
작성자 홍보실 조회수: 9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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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시간이 멈춘 듯,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겨를도 없었다. 한학자이신 아버지께서 한문 강론 모임에 함께 가자시기에 박사 아들 자랑하시려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젊은 박사가 왔으니 강론을 청해보자”는 한 어르신의 제안, 앞에 서긴 했지만 펼쳐진 책에서 한 줄도 읽을 수 없었다. 어르신들께 큰절을 올리고 “20년쯤 공부하고 다시 이 자리에 서겠습니다” 하고 내려오는 그에게 “30년은 공부해야 뭐가 좀 보일 것이네!” 하는 말, 젊은이의 무지를 향한 강한 경책이었다.

성경을 통해 한자를 쉽게 익히고, 또 성경구절을 기억하기 쉽게 사자성어로 제시한 책 <사자성경(四字聖經>(홍성사)을 펴낸 정종기 교수(60, 독일교회 장로, 성결대학교 입학관리처장·관광개발학부 교수)는 잠시잠깐 공부에 소홀해질 때면 자신의 무지에 직면해 진땀 흘리던 순간을 떠올리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한자성경을 사자성어로 만드는 작업에 매진한 지 30년 만에 성경 전체를 완료, 첫 책 ‘창세기-욥기’ 편이 나왔다. 왜 대학 교수가 한자성경 공부에 매달렸을까?

공부,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는 배
“한 번도 야단치지 않고 늘 사랑으로 대해주시던 아버지였는데, 그날 참 무서운 분이신 걸 알았어요. 어르신들 앞에서 완전히 깨진 날, 아버지는 공부란 평생 치열하게 몰두해야 하는 것을 깨우쳐 주셨어요” 83년에 홀로 필리핀 유학길에 올라 어렵게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한 게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였다. 배움의 한 단계를 넘어섰다고 안도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공부란 죽을 때까지 쉼이 없어야 하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한자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익혔다. 4살 무렵 아버지를 통해 천자문을 깨친 후 더 이상 한자공부하기 싫다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그래, 그럼 나중에 하면 되지” 하시며 재촉하지 않으셨다. 대신 생활 속에서 한자성경으로 인생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과 깊이를 알게 하셨다. 한자 서적을 1초 만에 읽고 책장을 넘길 정도셨지만 아들에게만큼은 늘 한자성경으로 말씀하셨다. 세상 최고의 공부는 하나님 말씀인 것을 아셨기 때문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한자 공부를 시작하는 아들에게 “始雖卑微(시수미비) 終必昌大(종필창대)라고 했지. 공부란 일상생활처럼 해야 한다네”(욥 8:7) 하시며 용기를 북돋우시고, 아들이 세상 욕심에 빠지지 않도록 “無有出世(무유출세) 無有去世(무유거세), 사람은 세상에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떠난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니 자네는 부자일세”(딤전 6:7)라며 자족한 삶을 강조하셨다. 또 자칫 공부에 소홀한 모습을 보일 때면 “手惰者貧(수타자빈), 手勤者富(수근자부). 게으른 손은 이루는 것이 없지만 부지런한 손은 이루는 것이 많다네”(잠언 10:4) 하시며 일깨워 주셨다.

아버지께서 어려서부터 한자성경으로 삶의 이치를 가르쳐주신 덕분에 한자공부가 훨씬 수월했지만 사서삼경을 공부하면 할수록 살아있는 성경을 넘지 못하는 것을 느꼈고 아버지가 왜 한자성경으로 말씀하셨는지 와 닿았다. 지혜의 근본인 성경말씀을 통해 공부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한문성경을 통해 성경과 한문을 동시에 공부하고 깨닫는 기쁨이 컸다. “아버지는 학문이란 흘러가는 물을 거슬러가는 배와 같아서 멈춰서는 순간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뒤로 떠내려가는 것과 같다고 하셨어요. 매일 공부하지 않으면 아는 것마저 잃게 된다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정 교수의 주머니 속에는 늘 메모지가 있다. 아침이면 오늘 공부할 한문 구절을 적어서 가지고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꺼내보고 암기한다. 공부는 일상처럼 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전 세대가 성경을 가까이하도록
“성경을 기억하기 쉽게 사자성어로 바꾸어보자는 생각은 대학에서 제자반 지도를 하면서 계획하게 됐습니다. 젊은 패기로 시작했지만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한문은 서툴렀고 긴 문장들을 함축하되 뜻은 살아있어야 했습니다. 특히 한문, 영어, 중국어 성구의 의미가 동일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력은 가파른 암벽을 오르는 심정이었습니다.”

매일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한자성경을 폈다. 한자성경을 공부하면서 삶의 이치는 물론이요 인간의 근본이 시원하게 풀리는 것을 경험하며 혼자 환희에 차고 또 감격의 눈물을 많이 쏟았다. 특히 시편 말씀을 읽을 때면 아름다운 시구에 감탄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공부는 방학기간에는 새벽부터 밤 9시까지 이어졌고, 학기 중에도 새벽공부 하고 학교에서 돌아와 또다시 책상에 앉았다. 15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한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성경제자반을 운영하면서 사자성경의 필요성을 다시 느끼며 기운을 차렸다.

그렇게 30년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한자성경 전체를 <사자성경>으로 완성하고 저작권위원회로부터 저작권(인문학 특허)을 획득했다. 정 교수가 그토록 사자성경에 매달린 것은 어린 아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두루 말씀을 가까이하고 그것을 삶 속에서 살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학 성경제자반에서 칠언(七言)과 오언(五言)으로 구성해 교육해봤지만 익숙지 않은 긴 구절 탓에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에게 익숙하고 기억하기도 쉬운 사자성어 형태로 구성하게 됐다. 사자성경은 성공적이었다. 학생들은 물론 연세 지긋하신 권사님들도 귀에 쏙쏙, 어렵지 않게 암송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긴 문장을 의미가 손상되지 않게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성경 중에 始雖卑微(시수비미) 終必昌大(종필창대)(욥 8:7)에서 ‘수’를 ‘雖:비록 수’, ‘須:모름지기 수’, ‘唯:오직 유’ 등 여러 한자 중에 ‘그러나’라는 의미가 좀 더 깊은 雖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미묘한 갈등이었습니다. 그리고 훈과 음이 사용문장마다 다를 수 있기에 수십 번 수정하고 보완했습니다. 어조사도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也(야), 어(於), 焉(언), 歟(여), 之(지), 哉(재), 乎(호) 등의 문장 사용과 해석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훈은 다르나 음이 같고 같은 글자지만 훈과 음이 다른 경우도 고민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어려운 것은 시대적으로 한자 사용에서 미묘한 문화적 차이였다. 이런 다양한 부분들을 고려해 성경 원문과 가깝게 구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사자성경>을 완성하니 책 페이지로 4만장 분량이 됐다. 성경별로 500쪽씩 8권으로 나눠서 만들고 또 책 각 권은 2년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개정해 성경 전체를 사자성경으로 만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한자교육을 교회가 지역에 다가가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1971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뒤 한문에 대한 지식 수준은 점차 쇠퇴하게 되었고, 삶의 지혜이자 진리를 담고 있는 사자성어에 대한 활용도 역시 급속하게 낮아졌습니다. 한국어의 70%는 한자어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의 어원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다행히 근래 다시 한자를 제대로 사용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글 한자 병용의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자 교육이 강화되면 유교나 불교의 교훈들이 사용될 가능성이 큰데, 성경도 사자성어로 다듬어 보급할 필요가 절실해졌습니다”

정 교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형성된 사자성경이 생활 속 깊숙이 회자된다면 하나님의 지경을 넓혀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요즘 어린 아이들에게도 한자교육 붐이 일고 있는데 이런 때 교회가 말씀을 한자로 교육할 수 있다면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삶을 통찰하고 세상의 모든 학문을 넘어서는 지혜의 말씀을 한자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생활 속 성경 실천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기사제공 : 들소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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